2014년 새해를 맞으면서 오랜만에 인사드리려 하니 설레기도 하고 떨리기도 합니다.
2014년 한 해가 시작된 느낌, 어떠세요?
벽에는 새로운 달력이 걸리고,
생각해보면 시간이 지나도 변한 게 없는데 어느새 훌쩍 나이를 먹고 말았네요.
시간은 그렇게 의식하지 못하는 순간에도 조용히 흐르고 있었나 봅니다.
그래서일까, 오늘은 거울 속 내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습니다.
어디 달라진 곳이 없나?
20년 전 내 모습과 얼마나 달라졌는지.
10년 전, 5년 전, 1년 전 그리고 지금의 내 모습은 그동안 얼마큼 변해온 것일까요.
거울 속 나에게 말이라도 걸고 싶었습니다.
그동안 잘 지내온 거지?
세월의 흔적, 삶과 시간,
주변 환경이 많은 것을 변하게 하지만 나다운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생각해봅니다.
그 많은 시간 동안 꿋꿋하게 최선을 다해 살아온 나에게
오늘은 더 많이 사랑한다고 얘기해줘야겠어요.
그윽한 나무 향기를 맡으며 말없이 걷고 또 걸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여러분도 인생의 무게를 가볍게 만들고 싶을 때 있으시죠?
저는 가끔 영혼이 담긴 누구가의 말 한마디가 그리워질 때가 있습니다.
요즘은 가까운 사이라도 자주 만나서 온기를 느끼고 눈을 마주하고
감정을 교류하는 일이 쉽지 않아요.
휴대전화를 통해 메시지로 생각을 전하고
단 몇 줄의 글로 사람의 마음까지 읽어야 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래서 문자메시지를 보낼 때 단어 하나 이모티콘 하나 사용하는 것도
조심스럽습니다.
문자 하나로 사람의 마음을 다치게 하지는 않을까,
내 의도와는 다르게 오해를 낳지 않을까.
글씨가 말을 하고 숨을 쉬면 얼마나 좋을까요?
참 쉽고 편리하게 마음과 생각을 전하는 세상입니다.
산책은 보는 게 아니라 만나는 것이라고 해요.
발을 딛는 땅과 만나고 하늘과 만나고 새들과 만나는 게 산책이라는 것이라고요.
보는 것과 만나는 것, 참 느낌이 다르죠?
늘 대충 보고 느끼며 지나간 것은 아닌지,
얼마나 깊게 호흡하고 느끼며 걸었는지,
진심 어린 만남의 산책을 몇 번쯤 했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제대로 산책하지 못했던 건 마음이 분주해 집중하지 못한 이유였을 거예요.
진심으로 무언가를 만난 정성을 대하듯 우리의 삶 속에도
그런 만남의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따뜻한 닭고기수프를 끓여준다고 해요.
우리나라의 흰죽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어요.
가끔 삶에 지쳐 힘들 때, 누군가가 끊여준 따뜻한 닭고기수프처럼
편안하고 따뜻한 쉼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이렇게 쉼이 필요할 때는 마음에서 작은 신호를 보내올 때도 있어요.
유난히 예민해지고 이유 없이 마음이 가라앉을 때,
그리고 초콜릿 같은 단 음식이 당길 때,
누군가의 위로가 필요할 때,
무작정 어디론가 떠나고 싶을 때,
속상한 일 있어도 마음으로 꾹꾹 눌러버릴 때….
생각해보면 쉼이라는 단어는 마음에 따뜻한 만짐이 필요할 때가 아닌가 싶어요.
근데 문제는 마음에서 하는 이런 이야기를 무시하고 계속 달리기만 한다는 겁니다.
그러면 어느새 몸도 마음도 지치고 힘들어져 주저앉게 됩니다.
쉼이 없는 삶이 일상이 되는 경우, 남의 얘기 같지 않죠?
가끔은 내 몸이, 내 마음이, 내 영혼이 하는 얘기에 집중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남들에게 인정받는 게 우선일 때가 있지요.
지인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직장에서 상사를 만나거나 권위자를 만날 때,
업무적으로 평가받는 느낌이 들면 그런 마음이 든다고 해요.
사실 뭘 하든 내가 행복해야 하고 내가 즐거워야 하는 걸 아는데도
놓치고 사는 것이죠.
모든 관계에서 자유로워진다는 건 어쩌면 서로를 인정할 때 가능하지 않나 싶어요.
그리고 스스로에게 조금은 당당해지는 것이 필요합니다.
물론 매일 현실과 부딪히기에 쉽지 않지만 나를 인정하고 타인을 인정할 때
기적처럼 이루어지지 않을까요?
행복은 다른 사람이 가져다주지 않습니다.
"걱정 없는 날엔 왠지 마음이 불안해.
내가 이렇게 편해도 되나.
혹시 잊고 있는 걱정거리가 있는데 생각나지 않은 건 아닐까" 하고요.
친구에게 물었습니다. "뭐가 그리 걱정이야?" 친구가 대답했습니다.
"매일매일 사는 게 걱정이야"라고요.
그렇습니다.
행복한 일만 있는 건 아닙니다.
아침에 눈뜨자마자 비가 오면 어쩌나 날씨를 걱정하며 하루를 시작하고,
출근을 앞두고는 차가 밀리지는 않을까 걱정하기도 합니다.
조금만 아파도 큰 병에 걸린 게 아닌지 노심초사, 마음이 불안합니다.
남편이나 아이들이 조금 늦게 귀가해도 무슨 사고라도 난 게 아닌가,
회사에서 퇴직을 당하지 않을까,
우리는 늘 걱정 속에 살아갑니다.
그거 아세요? 우리가 고민하는 것의 96%는 불필요한 걱정이라고 합니다.
쓸데없는 걱정과 부정적인 생각을 하다 보면
의식하지 못한 순간 그 속에 갇히게 됩니다.
우리 삶 속에서 문제를 날려버리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언젠가는 고치리라 생각하고 서랍 한구석에 처박아둔 고장 난 시계,
작거나 유행이 지나 못 입게 된 옷들,
왠지 다시 꺼내 볼 것 같아 꽂아둔 먼지 쌓인 책들을 보면서
누군가는 입버릇처럼 말합니다.
"제발 좀 갖다 버려!" 버리려고 굳게 마음을 먹다가도
언젠가는 꼭 필요할 때가 있을 것 같아 버리지 못하고 쌓아둘 때가 많습니다.
그 '언젠가는'을 위해 쌓아둔 물건이 나중에는 애물단지로 전락해
떡하니 집 안 구석을 차지한 경우가 있습니다.
그때는 치워야지 하면서도 엄두가 안 나 치우지 못할 때도 많습니다.
살다 보면 이렇게 버리지 못하고 비우지 못하는 것, 마음속에도 참 많습니다.
욕심, 걱정거리, 미움, 미련, 지난 상처들이 마음에 하나 둘 쌓여
나중엔 좁고 좁은 마음의 방을 만들기도 합니다.
정리를 잘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때그때 내게 불필요한 것이 뭔지
잘 분별해서 버리는 좋은 습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음에 있는 불필요한 것들을 잘 버리는 것도 훈련이 필요할 것 같아요.
움켜쥐고 놓지 않으려고 했던 것을 버리는 것도 꽤 과감한 용기가 필요합니다.
비우고 싶어도 잘 비워지지 않고 버리고 싶어도 잘 버려지지 않는 것들,
이상하게 내 마음대로 잘 안 되는 것도 참 많죠?
비워야 채울 수 있는 물잔처럼 사랑도 비워야 채울 수 있다고 하는데요,
매일 우리의 삶 속에 비워야 할 것을 알고 비워진 그 맘속이
하나님의 사랑으로 가득 채워질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계획이라는 게 세울 때는 쉬워도 지키기는 쉽지 않습니다.
새로 산 다이어리에 빼곡히 적힌 계획들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계획인가요?
건강을 위한 계획, 아님 결혼, 아님 꿈에 대한 계획들인가요?
하지만 작심삼일이라는 말처럼 계획은 지키기 어려울 때도 참 많습니다.
그래서 처음엔 실천할 수 있는 작은 계획들 위주로 세우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오늘 문득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살아가면서 내가 세운 계획들 중 과연
내가 노력해서 얻은 결과가 얼마나 있을까 하고요.
노력도 필요하지만 내 힘으로는 이루기 힘든 계획도 많으니까요.
한 치 앞도 못 보는 게 삶이듯 우리가 세운 계획이
미래에 어떤 결과를 낳을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우리 때로는 흘러가는대로 사는 건 어떨까요?
만남을 통해 일을 이뤄가고, 가족을 이루고, 삶을 이루어갑니다.
오늘 문득 휴대폰에 무수하게 저장된 사람들의 이름을 보면서
참 많은 사람들과 관계하고 있구나, 생각했습니다.
그중에는 관계가 지속되고 있는 사람들, 연락이 끊어진 사람들,
이름만 봐도 반가운 사람들이 있고 반대로 마음이 힘든 사람이 있습니다.
어느 날 누군가 다가와 이런 고백을 털어놓습니다.
"사람을 만나고 관계 맺는 것이 가장 힘든 일 같아."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봤음직한 일입니다.
만남을 시작하고 서로를 알아가는 일, 내 맘 같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만남을 이루어나가는 것에도 노력이 필요합니다.
지혜로움도 필요합니다. 때로 이유 없이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을 만난 것도
다 뜻이 있을 것이고, 위로가 되고 힘이 되는 사람도 다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감사할 사람을 만날 때는 더 감사하게,
힘들게 하는 사람을 만날 때는 서로를 더 이해하게 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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