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을 만나러 겨울 산촌에 가야겠어.
마음이 서글퍼졌을 때 깊은 산골 농막에 앉아
폭설을 기다리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될 때가 있지
삶이란 꼭 예측했던 대로 흘러가지 않지
세한의 외로움을 이기지 못하고
불구처럼 등이 휘어버린 자작나무
그 생애처럼 휘청거리며 넘어갈 때가 많지
그런 날이면 한계령 넘어 은비령 넘어
겨울 산촌에 들어 저녁처럼 쓸쓸해지는 것도 좋지
쩡쩡 얼어터지는 계곡물 소리에 잠 못 이루고
바람소리가 물푸레나무숲에 울고 갈 때
마침내 찾아오고야말 손님처럼
폭설을 기다리는 밤은 오래된 전설처럼 위로가 되지
그리운 사람은 설인이 되어 나의 곁으로 오리니
나는 불빛처럼 눈길에 서서 기다리고 있으리.
등대를 보러 겨울 바다에 가야겠어.
마음이 무거워졌을 때 언덕위에 서 있는 하얀 등대를
보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될 때가 있지
아야진 넘어 동호리 바닷가를 지나 거진에 이르렀을 때
삭풍의 바람이 청춘의 날들을 흔들고 갔었지
북방의 어느 산간과 알 수 없었던 해협
고립된 나의 시간들이 젖어 있을 때
어둠속으로 달려가는 등대의 불빛은
슬픔의 정수리처럼 빛이 났었지.
자정의 바다에는 알 수없는 암호들로 가득했고
섬광처럼 밝혀주던 빛의 언어들이 스쳐 가면
수평선 위에서 날개를 접은 새떼들이 수도승처럼 밤을 지새고 있었어.
눈을 맞으며 어둠속 홀로 남은 추억들을 위해
나는 아우성치는 겨울바다를 보러 가야겠어.
- 겨울 노래 / 이형권
아야진, 거진, 등대, 겨울바다......
넘 그리운 단어들입니다.
겨울바다가고싶당~~~~*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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