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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편지 .... 안도현

유익한 이야기

by ^^지니 2013. 6. 7.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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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편지


내 사는 마을 쪽에

 
쥐똥 같은 불빛 멀리 가물거리거든


사랑이여


이 밤에도 울지 않으려고 애쓰는

 
내 마음인 줄 알아라


우리가 세상 어느 모퉁이에서


헤어져 남남으로


한 번도 만나지 않은 듯

 
서로 다른 길이 되어 가더라도

 
어둠은 또 이불이 되어


우리를 덮고

 
슬픔도 가려주리라

 

 

 

 



그대 진정 나를 사랑하거든

 
사랑했었다는 그 말은 하지 말라

 
그대가 뜨락에 혼자 서 있더라도


등 뒤로 자는 잎들을

 
내게 보여주지는 말고

 
잠들지 못하는 밤

 
그대의 외딴집 창문이 덜컹댄다 해도

 
행여 내가 바람되어 두드리는 소리로

 
여기지 말라

 

 

 



모든 것을 내주고도


알 수 없는 그윽한 기쁨에


돌아앉아 몸을 더는 것이 사랑이라지만

 
이제 이 세상을 나누어 껴안고

 
우리는 괴로워하리라

 
내 마지막 편지가 쓸쓸하게


그대 손에 닿거든

 
사랑이여


부디 울지 말라


길 잃은 아이처럼 서 있지 말고

 
그대가 길이 되어 가거라.

 

 

안도현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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