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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한테서 소중한유산을 미리 받아 왔습니다~~~*_*

나의 이야기

by ^^지니 2012. 9. 22.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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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에서 살게되면

거의 맨날 엄마한테 갈것 같았는데

...

시간내어서 엄마한테 가는것도

엄청 어려운 일이 되더라구요~~

또 가고 싶을때 못가게 되면

부글부글 속도 많이 상하구요

일주일에 하루는 꼬오오옥 갈려구 하는데도

고거이 잘 안된답니다.

어제는 모처럼 엄마한테 갔었습니다.

가니까 무슨 옷보따리 같은,

보자기에 싼 커다란 보따리를 주시면서

"우짜던지 아껴쓰라~~~"고 또 한번 신신 당부를 하십니다.

 

 

 

 

 

 

 

보따리를 집으로 가져와 풀어보니

"모진때 닦고 버릴것,

보일러도 닦고"

이렇게 메모가 되어 있습니다.

 

 

 

 

 

봉지를 뜯어보니...

아주기냥 이상시러운, 아주 낡은 조각들...

아주 예전에 버렸어야 할 조각들이었습니다.

이 조각도 아깝고,

저 조각도 아깝고...

언제 한번 요긴하게 쓸려구

이곳 저곳에 모아 놓았던 천 꾸러미네요.....

 

 

 

 

 

이 봉지에는

"좀 크고 별로다,

새 건데..."라고 메모가 있습니다.

 

 

 

 

 

봉지속에 있는것은

메리야스인데...

이것도 맨날 새것은 서랍에 넣어놓고

아마 낡고 낡은것을 입으셨겠지요

새것도 아닌데...

새것이라고 이리 아끼느라....

누렇게 변한 메리야스 몇개...

 

 

 

 

 

사용한 편지봉투 뒷면에

"연필  뚜껑없이

컴피터 옆에 놓고 쓰면 참 편해, 메모할때...

비누는 수도가 에 놓고 쓰구로 주니까

소중히 쓰고,

보일러도 닦고"

이렇게 메모가 되어 있습니다.

 

 

 

 

봉투속에는 검정색 색연필이 한자루 들어 있네요~~~

유난히 학용품에 관심이 많으신 엄마이신데

요즘 눈이 거의 보이시지 않으니

젤 첨에는 연필을 사용하시다가

그다음엔 싸인펜,

좀 지나서 네임펜,

눈이 더 나빠져  굵은유성펜,

이렇게 점점 필기도구가 변하였습니다.

요즘은 다른필기구는 뚜껑이 있어서 한번쓰고 나면 뚜껑찾느라고

애를 먹어서 불편했는데

색연필을 써보니

손에도 묻지 않고, 뚜껑도 필요없고, 엄청 편리하다고 하시면서

써보니까 하도 좋아서 우리 딸도 하나 줘야지 싶었나 봅니다.

그리고 비누도 두개 주셨습니다.

향기가 나는 좋은비누,아니고

비누가 오래되어서 건조가 되어서 허옇게 변한 비누였답니다.

그래도 메모 끝부분에는

소중히 쓰라는 말씀을 잊지 않으시네요~~~

 

 

 

 

 

광목 천이 낡고 낡아서

헤지고 구멍난것을 두세겹 겹쳐서 살짝 바느질을 하여

더러운 것 한번이라도 닦고 버리라고

눈도 잘 안보이는데 저리 바느질을 하셨다고 생각하니

한편으로는 너무너무 화도 나고,

또 한편으로는 엄마의 간절한 맘을 보는 것 같아

맘 저 깊숙한곳이 ...

아려져 옵니다.

 

 

 

 

 

 

주방에서 사용하는 아주 조그만 수세미인데

한쪽이 떨어졌나봅니다

저렇게 기워서

아직은 백번도 더 써도 된다고 하시면서

'한군데 밖에 안 떨어진거라 거의 새것하고 같은거'라고 하시면서

아주 큰소리 치시는데요~~~*_*

 

 

 

 

 

야채를 사면 담아서 오는 그물망도

ㅎㅎㅎ

지니는 그대로 버리는데

엄마는 깨끗이 씻어서

이뿌게 착착 접어서 저리 주시네요

.

.

.

.

한평생 저리 알뜰하게 사시고,

엄마를 위하여서는 양말 한컬레 사신적이 없으신 분이신데

이번에 황반변성으로 인한 시력저하로

책을 보실수가 없으니까

이세상에서 안보이는게 젤  답답하다고 하시면서

서울 아산병원에 치료를 2년째 다니고 계십니다.

10원도 아까워서 못 쓰시지만

병원치료비는 자식들 한테 신세 안 진다고 하시면서

엄마돈으로 치료받으시고

검사 받으시고..

주사 맞으시고...

한번 갈때마다 검사비며, 치료비며,

거금이 들어도,

이세상에서 최고의 사치를 하신다고 하시면서

'잘 보일것이다'는 희망 하나로 열심히 진료 다니십니다.

그런데 자식된 입장으로서는

더 이상 더 악화만 안되어도 다행이다 싶은데

.....

병원에 간다고 준비하느라 기운내서 좋고,

병원간다고 좋아하는 딸래미하고 차타고 가서 좋고,

휴게소에 내려서 경치도 보고 밥도 사먹고 그래서 좋고...

병원다녀와서 의사선생님 만난 기운으로

며칠간 기분좋고.....

이보다 더 좋은 치료가 어디 있을까요.

엄마는 의사 선생님께서 "이제 그만오세요" 하면 좋겠다고 하시지만

우리는....

엄마가 이렇게 한달에 한번 병원진료 다니시는게

엄청난 플라시보 효과를 가져 오기때문이라는것을 알고 있기에

마냥 이렇게 진료다니고 싶답니다.

몇개월 전만해도

"죽음이,

눈에 빤히 보이는것이,

나에게 점점 다가오는것이,

 피부로 느껴져서

그게 너무 두렵다"고 하시더니

어제는

"이제 죽음이 와도 한개도 겁이 안난다.

아이구 이제오나~~

하고 반갑게 맞을수 있을거 같다"고 하십니다.

언제나 정신력은 하늘처럼 높았는데

이젠

하나 둘....

내려 놓으십니다.

아마 몇개월전에 저런 물건들을 주셨으면

지니는 아예 풀어보지도 않고

어디 보이지 않는 곳에 휙 던져 놓았을거 같습니다.

자연에 오니,

이곳 산경에서 자연과 더불어 살고 있으니

엄마의 모습이

가까이 다가옵니다.

저 수세미는....

저에게는 소중한 ,

위대한 유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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