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달진의 겨울아침
까치 한 마리 날아와 우는 아침
어여삐 전해 오는 기별에
환희 밝아오는 겨울 빛
먼 산간 마을에는
반가운 사람을 맞이하여
남빛 연기가 길 따라 피어오르고
겨울나무 가지에 쌓인
함박눈이 한 웅큼 떨어져 내릴 때
환한 빛 속으로 날아가는
까치 한 마리
적요한 겨울을 흔들던
꽁지가 나무 가지 우듬지에 새하얗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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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의 새해인사는
김달진님의 겨울아침이라는 시로
새해인사를 대신할까 합니다.
지금 산경에는 겨울바람이 많이 불고 있습니다.
덕분에 꼼짝하지 않고..
먹고, 놀고, 눕고, 먹고를 반복하면서
지난 2013년 산경을 다녀가신
블로그의 절친님들을 한분한분 생각해봅니다.
모두들 하시는 모든일
만사형통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얼음새꽃
- 곽효환
아직 잔설 그득한 겨울 골짜기
다시금 삭풍 불고 나무들 울다
꽁꽁 얼었던 샛강도 누군가 그리워
바닥부터 조금씩 물길을 열어 흐르고
눈과 얼음의 틈새를 뚫고
가장 먼저 밀어 올리는 생명의 경이
차디찬 계절의 끝을 온몸으로 지탱하는 가녀린 새순
마침내 노오란 꽃망울 머금어 터뜨리는
겨울 샛강, 절벽, 골짜기 바위틈의
들꽃, 들꽃들
저만치서 홀로 환하게 빛나는
그게 너였으면 좋겠다
아니 너다
* 곽효환 시집, 지도에 없는 집, 2010, 문학과지성사.
아침 정현종
(2008년 겨울편)
아침에는
운명같은 건 없다.
있는건 오로지
새날
풋기운!
운명은 혹시
저녁이나 밤에
무거운 걸음으로
다가올 지 모르겠으나
아침에는
운명같은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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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호승
지는 잎을 보면서
- 박재삼
초봄에 눈을 떴다가
한여름 뙤약볕에 숨이 차도록
빛나는 기쁨으로 헐떡이던 것이
어느새 황금빛 눈물이 되어
발을 적시누나.
나뭇잎은 흙으로 돌아갈 때에야
더욱 경건하고 부끄러워하고
사람들은 적막한 바람속에 서서야
비로소 아름답고 슬픈 것인가.
천지가 막막하고
미처 부를 사람이 없음이여!
이제 저 나뭇잎을
우리는 손짓하며 바라볼 수가 없다.
그저 숙이는 목고갯짓으로
목숨은 한풀 꺾여야 한다.
아, 묵은 노래가 살아나야 한다.
사람들은 왜 모를까
- 김용택
이별은 손끝에 있고
서러움은 먼데서 온다
강 언덕 풀잎들이 돋아나며
아침 햇살에 핏줄이 일어선다
마른 풀잎들은 더 깊이 숨을 쉬고
아침 산그늘 속에
산벚꽃은 피어서 희다
누가 알랴 사람마다
누구도 닿지 않는 고독이 있다는 것을
돌아앉은 산들은 외롭고
마주보는 산은 흰 이마가 서럽다
아픈 데서 피지 않는 꽃이 어디 있으랴
슬픔은 손 끝에 닿지만
고통은 천천히 꽃처럼 피어난다
저문 산 아래
쓸쓸히 서 있는 사람아
뒤로 오는 여인이 더 다정하듯이
그리운 것들은 다 산 뒤에 있다
사람들은 왜 모를까 봄이 되면
손에 닿지 않는 것들이 꽃이 된다는 것을
최고의 삶
- 서은영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살아 있는 것이고
당신을 위한 사랑의 행위가 되며
그 행위 자체
아니, 사랑의 행위 그 이상의 것이 됩니다.
우리 사랑을 유지하기 위해
삶을 억제하라고
서로를 얽매어서는 안 됩니다.
삶을 억제함은
우리 사랑의 종말인 까닭입니다.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우리 관계가 창의력을 불어넣는 것이며
갈등 속에서
일치하고자 주력하는 것입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최고의 삶이며
최고의 삶은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낯선 곳
- 고 은
떠나라
낯선 곳으로
아메리카가 아니라
인도네시아가 아니라
그대 하루하루의 반복으로부터
단 한번도 용서할 수 없는 습관으로부터
그대 떠나라
아기가 만들어낸 말의 새로움으로
할머니를 알루빠라고 하는 새로움으로
그리하여
할머니조차
새로움이 되는 곳
그 낯선 곳으로
떠나라
그대 온갖 추억과 사전을 버리고
빈 주먹 조차 버리고
떠나라
떠나는 것이야말로
그대의 재생을 뛰어 넘어
최초의 탄생이다. 떠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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